저는 20대 후반에 미주신경성 실신을 겪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증상이라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지인이 아이를 낳아 산후조리원에 축하 인사를 갔는데 후덥지근하고 공기가 무거웠던 느낌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는데 갑자기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속이 울렁거리고 눈앞이 노랗게 뿌옇게 되면서 호흡 곤란과 함께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습니다. 엘리베이터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그 짧은 시간에 갑자기 그런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그 길로 산후조리원을 나와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몸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고, 병원에서는 부정맥 일지 모르니 심전도 검사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고 전문의는 미주신경성 실신이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몸이 특별하게 힘들어하는 상황이 있고, 그런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면 괜찮을 거라고 했습니다. 컨디션이 괜찮아진 후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부정맥 검사를 했는데, 부정맥은 무엇일까?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혹시 나중에 부정맥이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습니다. 미주신경성 실신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부정맥에 대해서 오늘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부정맥이란 무엇인가요?
부정맥이란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너무 느리거나 빠른, 불규칙한 상태를 말합니다. 심장 활동은 수축과 이완을 반목하면서 이루어집니다. 심장의 수축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고 심장근육 세포에 전기 자극이 전달되면 일어납니다. 심장에는 이런 전기자극을 만들어내는 조직과 이 전기자극을 심장근육에 전달하는 전도 조직이 있습니다. 심장의 전기자극을 만드는 조직에서 규칙적으로 전기자극을 만들고, 전도 조직이 정상적으로 심장근육에 전기자극을 전달하면 심장이 수축, 이완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면서 온몸에 안정적으로 혈액을 공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심장에서 전기자극을 만드는 조직에 문제가 생기거나 전도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 규칙적으로 심장이 수축, 이완하지 못해서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느려지거나 빨라지거나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부정맥이라고 합니다.
2. 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자극 생성과 전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하는데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 심장에 선천적인 이상이 있을 때
- 담배, 카페인, 술
- 고혈압, 심근경색 등 다른 심장 질환
- 갑상샘 질환, 수면무호흡증, 고령, 비만
-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전적 부정맥
3. 부정맥이 있을 때 증상은 어떠한가요?
보통 정상인들은 하루 24시간 늘 뛰고 있는 심장박동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합니다. 부정맥의 대표적인 증상은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거나 너무 빠르게 뛰거나, 너무 느린 것입니다. 이럴 때 자신의 심장 박동을 직접 느끼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부정맥의 증상은 부정맥의 종류와 환자가 기존에 가진 다른 질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가벼운 가슴 두근거림부터 가슴 통증, 실신과 돌연사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부정맥이 발생하면 평소와 다른 심장박동이 가슴 두근거림으로 느껴지거나 심장이 덜컹하는 느낌으로 느껴져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심장의 수축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혈액량이 감소해 어지러움, 호흡곤란, 두통,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심장근육이 수축하지 않거나 심실빈맥, 심실세동과 같은 심각한 부정맥이 나타나면 순간적으로 심장의 기능이 완전히 멈춰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4. 치료가 가능한가요?
부정맥의 종류도 다양하고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다릅니다. 크게 느린 부정맥인지, 빠른 부정맥인지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느린 부정맥은 약물로 치료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심하면 심장 박동수를 정상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인공심박동기를 삽입하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빠른 부정맥은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고 다른 시술을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치료 방법은 부정맥의 원인과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담당 주치의와 상담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5. 다른 질병과 연관되기도 하나요?
부정맥 중에서 비정상적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고, 동시에 불규칙한 부정맥은 뇌졸중의 위험을 높인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뇌졸중 예방 치료를 함께해야 합니다. 일부 빠른 부정맥의 경우는 심정지가 발생할 위험도 있기 때문에 부정맥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서 치료와 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맥박이 조금 느리거나 빠르거나 불규칙하다고 해서 모두 부정맥 상태인 것은 아닙니다. 부정맥은 심리적 요인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듯이 질병으로서 부정맥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고, 일부의 경우는 생사와 바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해서 치료와 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6.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나요?
부정맥을 일으키거나 심장 건강에 해로울 만한 요인들로는 흡연, 음주, 과도한 카페인 등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흡연은 부정맥을 직접적으로 유발하기도 하고, 여러 심장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카페인의 경우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한다면 부정맥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비만,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등은 부정맥의 원인으로 유명한 만큼 칼로리 과잉 섭취, 육류, 고지방식 등은 피해야 합니다.
제가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왜 부정맥 검사를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고, 현기증에 숨쉬기가 불편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다가 주저앉았다는 증상은 부정맥의 증상과 너무 비슷했습니다. 검사 결과 심장에는 문제가 없어 너무나 다행이었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도 미주신경성 실신을 일으킬 만한 장소는 피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개인의 컨디션과 몸 상태를 잘 살펴서 건강한 일상생활을 이어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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